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2%의 물가 안정 목표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되고 있는데, 대부분 서비스 품목의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며 다른 나라들과 다른 물가 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다.
[품목성질별 물가 현황 점검]
1. 농축수산물
최근 농산물 물가가 무서울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올해도 기후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농축수산물 물가상승의 원인으로는 2023년 수확량 부진으로 인한 저장량 감소, 기후 변동성 확대, 재배 면적 축소 등을 들 수 있다. 작년 상반기 까지 낮았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해에는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데, 새 농작물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즉, 2024년 하반기까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계속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공업제품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최근에는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지고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언제든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3. 전기·가스·수도
2024년 현재 전기, 가스, 수도의 물가 상승세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화는 2022년부터 인상된 에너지 요금이 2023년 하반기부터 동결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2분기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될 것으로 보여, 에너지 물가는 계속해서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물가 상승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4. 집세
2024년 1분기에 집세 물가가 조금 내려가면서, 올해 들어서 가격이 떨어진 유일한 품목이 되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 물가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월세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집세 물가가 앞으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 공공서비스
올해 들어 공공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커졌다. 이는 주로 시내버스 요금, 택시 요금, 병원 외래진료비 등의 인상 때문이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변동이 적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올해 내내 2024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 개인서비스
최근 개인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과 그 외 개인서비스 관련 비용의 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추세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계속 안정되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종합 전망]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2.5%에서 3.0% 사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상황이 유지되어 물가 상승률이 약 2.7%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작황 부진, 지정학적 위험의 확대, 환율 불안정성 증가 등으로 인해 물가가 3.0%까지 상승할 수 있다.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료나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등이 현실화된다면 물가가 2.5% 수준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시사점]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이 장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저온 저장 시설 확대와 정부의 체계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농축수산물 해외 수입망을 안정화하고, CPTPP 협정을 활용한 수입 조정과 농업정책 강화로 내수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오펙 플러스)의 감산 정책이 국제유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전략 비축유 규모를 재조정하고, 핵심 에너지 및 원자재 수급을 점검하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외교·통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원/달러(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에 추가적인 압력이 발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의 투기자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환 당국의 선제적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추세적인 하향 안정화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